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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딸의 눈물로 빚어진 사랑 글 『고운 님 오시는 길···』
 안재동  | 2008·02·01 23:40 | HIT : 4,730 | VOTE : 430


딸의 눈물로 빚어진 사랑 글 『고운 님 오시는 길···』

 

사랑하는 우리 아빠!
날마다 불러보는 간절한 이름이네요. 그러나 언제나 허공 중에 맴돌다 바람 소리로 흩어질 뿐이에요.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을 봤어요.
높은 곳에 올라가 팔을 쭉 펴면, 내 손에 구름이 가득 잡힐 것 같은데······. 그래서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발을 곧추세워서 힘껏 손을 내밀어도, 그건 결국 나의 절실한 바람이었던 거였어요. 아빠가 저 높은 하늘에 계시다는 것, 아! 아! 믿을 수가 없어요. (중략)
이 아픈 그리움을 뒤척이다 문득 생전에 자식처럼 곱디 곱게 다듬으셨던 유고(遺稿) 작품을 생각하고, 이렇게 남촌(南村) 김재현 유고시집으로 엮어 저 푸르른 하늘로 보냅니다. (중략)
가시는 길 서두르시던 당신께, 작은 눗음 하나 드리지 못하고, 너무도 늦어버린 이 기쁜 소식은 철없는 막내딸의 가슴에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네요. (중략)
삼가 아빠의 영전에 두 손을 모아, 시집 『고운 님 오시는 길···』을 바칩니다.
기쁜 얼굴로 거두어 주소서.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김동주, <하늘로 띄우는 편지>
 
   위 글은 지병으로 타게한 고(故) 김재현 시인(호 南村) 의 유고시집 『고운 님 오시는 길···』의 머리말이다.

▲ 『고운 님 오시는 길···』(천우 刊) 표지    

   3페이지 정도에 걸쳐 써내려 간 글귀가 한 문장 한 문장 참으로 눈물겹고도 아름답다. 아버지를 그리는 딸의 효심이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글솜씨 또한 예사 아니다. 미사여구를 동원한 여느 문학작품보다 이런 글 한 편이 오히려 읽은이에겐 진정한 감동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한다.

   고(故) 김재현 시인은 세상을 떠난 후에 월간《문학세계》를 통하여 등단을 하였는데, 미등단 상태이던 고인의 유작들을 모아 유족이 신인문학상에 투고를 하였고, 그 결과 심사과정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당선이 되기는 하였으나, 《문학세계》측에서 당선자 발표와 통보 등의 과정을 통해 응모작이 고인의 유작품임을 알게 되자 고심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전례가 없던 일이므로). 아무튼 최종적으로 고인에게도 신인문학상을 수여하고 등단시키기로 한 점은 세상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도서출판 천우》에서 낸 『고운 님 오시는 길···』은 그 등단작품들을 중심으로 엮은 고인의 유고 시집이다. 그런 의미와 함께 앞서 본 바와 같은, 아버지를 그리는 딸이 쓴 한 편의 (시집상재의)글이 이 시집의 의미와 무게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문학세계》측에서는 "고(故) 김재현 시인의 독특한 작품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이미 시인의 반열에 들어도 될 만큼 그의 작품이 무르익은 상태였다."고 밝힌 바 있다.

   133페이지 분량의 이 시집에는 <사랑법·1>, <사랑법·2>, <사랑법·3>, <가는 길>, <망한(忘閑)>, <해후의 끝>, <못 나눌 아픔> 등 89편의 시편이 담겨 있다.

   정남채 문학평론가(문학박사)는 이 시집에 대해 "고(故) 김재현 시인의 유고시집 『고운 님 오시는 길』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21세기 판 그리움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애틋한 사랑으로부터, 외로움을 극복하는 시인의 따스한 가슴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분출하는 그리움의 활화산과 같은 것이다. 휴화산처럼 속으로만 울고 마는 마그마 같은 지하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닌, 폭발하여 세상을 삼켜버리고 마는 마력의 가슴은 시인의 가슴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날마다 활화산이 되어, 마그마를 분출하는 시인의 가슴속을 한번쯤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흥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내면의 길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고(故) 김재현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고운 님 오시는 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한마디로 뜨거운 사랑을 추구하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서 바라보는 사람조차 뜨거워지게 하는 용광로를 지닌 채, 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어두움을 흔들며 환한 별빛을 발화시키고 있었다."라고 해설한다.

   그는 또, "『고운 님 오시는 길』은 독자와 작가와의 길을 좁혀준 불후의 역작임에 틀림없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독자의 시선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점이 그를 입증해 주고 있다. 그의 시 <비애>는 최고의 이미지를 뽑아 올린 절정의 미학을 구축"한다면서, "<비애>는 자신을 곰으로 비유하여 이 시대의 아픔을 내면화시킨 기법이 독특했다. 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된 거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패러디 이미지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허파를 도려내고 / 간을 난도질당한 / 난 / 없는 쓸개가 더욱 필요하구나 // 불과 몇 푼의 높낮이에 / 내 혈육이 / 또 하나의 쓸개가 / 팔려 나갔다 // 세상은 나를 묶고 / 혀는 말을 막는구나 // 차라리 잘리지 못하고 / 재갈 물린 주둥이가 / 초등학교 1학년짜리 / 어린아이 앞에서 / 울음을 삼켜야 했다
― <비애(悲哀)> 전문

   정남채 문학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시집의 해설을 마무리 한다. "인간은 따스한 봄을 그리워한다. 그 길을 연상하며 고운 님을 맞이하는 겨울일수록 결코 차가울 수 없으며, 오히려 설레임이 겨울밤을 물들인다. 시적 소재인 '고운 님 오시는 길'은 고(故) 김재현 시인이 생전에 운영하였던 대구·경북 지역 팔공산 갓바위 뒷길에 있는 전통 찻집의 상호명이기도 하다. 봄을 약속한 그의 온기는 시혼으로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고(故) 김재현 시인은 세상을 떠나면서 시(詩)라는 자식을 남겼는데, 그들은 이제 빛나는 별빛이 되어 풀잎(독자, 대중)들의 안식처로 다시 태어났다."

   정 평론가의 표현대로, 그렇게 시(詩)는, 문학은 분명 영원한 것일 게다. 영원히 남는 것일 게다. 사람은 가도 그 무언가는 오래 오래 남을 거라고, 또 다른 이도 그렇게 말했었던 것처럼·····.

   고(故) 김재현 시인은 1951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경북농협에 재직하였으며 칠곡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면서 문학열을 생전에 불태웠던 것으로 전한다. 도서정가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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